생각

나에 대해서 혼자 생각하다보면 항상 결론이 같을 수 밖에 없다. 그런후에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면 듣고싶어지는 말이 생기게 된다. 마치 답을 정해놓고 유도해 내는 것마냥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이 도대체 나의 자존감에 어떤 도움이 될수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막연히 지칠 때면 견딜수없게 듣고싶어서 속이 까맣게 타기만 했다. 게다가 사실 내가 듣고싶어하는 그 이야기를 누군가 평생 해줄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질 수 밖에 없는 일들이라는게 있는데, 금강경에서는 그 일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꺼내어 생각하고 돌아보는 순간 상이 되어 나에게 남는 것이라고 했다. 첫머리에서부터 "만약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볼 때 여래를 본다."라고 써있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세상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들이 왜 그렇게 자주 언급 될수밖에 없는지,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듣기만 하면 나아질줄 알았던 지금까지의 내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이였는지 머리로는 알고있었다. 하지만 마음까지 이해가 되진 않았던건 사실이다. 

 

일상무상분을 삶의 지침으로 삼는다면 '마음 속 깊이 상을 내지 않는 마음 자세'라고 한다. 사실은 겁나고 자신없지만 그저 생색내고 부풀려서 상을 내세우는 이들이 있고, 또한 나처럼 스스로 깎아내리고 꼬집어내야할 단점을 내 자신이 만들어내고 확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본래 그 실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상 내지 마라."라고 강조한다. 그 어떤 경우라도 집착할 필요가 없음이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와닿는다.

 

다혜에게 과외를 하면서 매일 하는 얘기가 "이해 다 했지? 이해가 되면 이번엔 외워야지"이다. 원리를 이해해도 문제가 다 쉽게 풀리는건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볼때 자연스럽게 풀이가 나오게 하기위해 암기를 한다. 이제 나도 무상이 왜 중요한지 이해가 되었으니 어떤 문제를 마주해도 마치 당연하듯이 집착을 버리는것이 중요하단 답을 내려야한다. 
나와는 극단적으로 정반대인 방법으로 자존감을 높히려는 사람들에게 자꾸 집착하여 상을 내고 상처를 입어왔다. 그래도 나도 모르게 이런 사람들을 겪을 때마다 깨닫는 것이 있었나보다. 이제는 반대로 동정심이 생기기도 할 것만 같다. 자존감이라는게 사실은 이렇게 쉽게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이다.

 

자존감에 대한 나자신과의 싸움이 끝날줄 모르니 지치기만 한다. 그 부분만 해결되면 정말 행복해 질것만 같다. 사실은 그 '행복해 지는 순간'또한 나에게 있어서 공허한 환상일 수도 있으니 허무해질때도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매 순간순간마다 답을 내릴수는 없을테니 조급해하지 말아야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나의 자존감으로 결론 지어지더라도 나자신을 타박하지않고 그냥 해결해나가면 된다. 

 

나는 나 자신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생각해야한다.